오사카를 떠나기 전 나는 다시 난바로 이동했다. 아직 출국 시간이 남았기도 했지만 원래 간사이 공항을 가려면 난바에서 전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사실 어차피 가야할 곳이긴 했다. 일단 신세카이에서 가장 가까웠던 도부츠엔마에역으로 갔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승차권 구입이라 조금 헤맨 뒤 구입을 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지하철을 탔는데 여성전용칸이었다. 실수라고 여겨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가 꽤 많았다. 그리 지켜지지 않는가 보다. 일본이라면 이런 규정을 철저히 지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아무튼 난 난바역에 내려 도톤보리에 도착했다. 아직 밤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전날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은 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저녁을 먹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아 그냥 도톤보리 강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역시 달리는 남자 ‘글리코맨’ 앞에는 항상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본인 커플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마침 글리코맨을 배경을 사진을 찍지 못한 나도 부탁을 했다. 일본인 커플을 찍어주고 나서 바로 옆에 있던 여자 4명이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
근데 옆에 2명의 여자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무슨 글씨를 써놓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남자에게 고백하기 위한 것인 줄 알았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다가가 일단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좀 의외라는 반응이긴 했지만 내가 특별해 보인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글리코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니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둘이 나온 사진이 없었는데 내가 휴대폰을 받아서 사진을 찍어줬다.
이제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내용인즉슨 고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그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친구의 결혼을 위해 메세지를 적고, 사진을 찍는다니 무척 흥미롭게 들렸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글리코맨 간판에 불이 켜지기를 같이 기다리게 되었다. 한 30분 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아는 일본어를 다 말하기도 하고,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참 동안 외국인인 나랑 대화하는 게 신기했던지 아니면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휴대폰으로 날 사진 찍기도 했다.
6시가 되어도 글리코맨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난 이제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같이 올라가 사진이라도 찍자고 제안을 했다. 사람들 사진을 찍는데서 기다리다가 우리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간판을 배경으로 3명이 서있으니까 사진을 찍어주던 여자가 말했다.
“저 뒤에 있는 간판과 똑같이 포즈를 취해야지!”
살짝 호통처럼 느껴지던 말에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글리코맨과 똑같이 한쪽 다리를 들고, 만세 포즈를 취했다. 난 사진을 찍자마자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그녀들과 급하게 헤어졌다. 이메일 주소라도 받아서 사진이나 보내줄걸 조금 후회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난바역으로 뛰었는데도 방금 전에 전차가 떠난 것이었다. 방법은 고속열차를 타는 것이었는데 이걸 타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간사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륙은 7시 45분이었는데 무려 7시 10분에 도착한 것이었다. 사실상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었는데 정말 간신히 탔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문이 닫혔으니 내가 마지막 승객이 확실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서양인 혼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난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이니 자연스럽게 말을 걸게 되었는데 이름은 요큰이라고 했고, 독일인이었다. 일본 쿄토에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생겨 가까운 한국을 여행하러 간다고 했다.
한국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나에게 일본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다. 난 잠시 고민하다가 글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외형도 다르다고 했다. 유럽 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 같아도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외형이 틀린 것처럼 말이다.
또 음식도 많이 다르다고 했더니 그는 한국 음식도 몇 번 먹어봤다고 했다. 심지어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말에 갑자기 그가 평가하는 일본의 음식이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음식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 반면 일본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많이 싱거운 편이다.
“싱겁다고? 일본의 음식은 싱거운 게 아니라 아예 맛이 안 느껴지던데?”
그는 나에게 미얀마를 여행해 봤냐고 물어봐서 휴대폰에 저장된 여행 사진을 보여줬다. 서로 같은 지역을 여행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기가 한결 수월했는데 그는 미얀마를 가리켜 ‘아름다운 나라’라고 회상했다. 대화를 조금 하다 보니 요큰은 유난히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특히 사원이나 오래된 성을 좋아했는데 교토 사진을 봐도 온통 성이나 신사밖에 없었다.
한국에 도착하면 어디를 여행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외국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인 DMZ를 갈 예정이라고 했고, 부산도 내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난 한국에 대해서 좀 더 보여주고 얘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착륙할 시간이 다가왔다. 창밖을 보니 아름다울 정도로 노란빛이 참 많았다. 난 당연히 인천인 줄 알고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문득 내가 내릴 공항이 김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쩐지 평소에 보던 불빛과는 많이 다르더라.
무척 오랫동안 밖을 내다보던 요큰에게 한국의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Colorful and Big”이라는 짧게 표현했다. 잠시 뒤 나에게 서울의 인구가 어느 정도냐고 묻길래 내가 천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라고 대답해줬다. 우리는 입국 심사대 앞에서 헤어졌다. 나는 헤어지면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이 좋아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오사카 여행은 한참 전에 마무리되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신세카이 주점에서의 만남이나 도톤보리에서 만남,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요큰도 워낙 짧게 만나긴 했지만 어쩌면 여행에서 더 많이 기억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지하철을 탔는데 여성전용칸이었다. 실수라고 여겨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가 꽤 많았다. 그리 지켜지지 않는가 보다. 일본이라면 이런 규정을 철저히 지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아무튼 난 난바역에 내려 도톤보리에 도착했다. 아직 밤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전날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은 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저녁을 먹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아 그냥 도톤보리 강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역시 달리는 남자 ‘글리코맨’ 앞에는 항상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본인 커플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마침 글리코맨을 배경을 사진을 찍지 못한 나도 부탁을 했다. 일본인 커플을 찍어주고 나서 바로 옆에 있던 여자 4명이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있던 여자가 한국말로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분명 어색하긴 했지만 또박또박 말하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주니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해서 단순히 한국어를 알고 있는 일본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 아버지가 한국...” 꾸벅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을 했는데 나는 그제야 어떻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잠시 후 내 바로 옆에는 남자 두 명이 있었는데 한국말이 들렸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또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나에게 영어로 말하려고 하자 먼저 “네, 찍어드릴게요.”라고 말을 했다.
난 그렇게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곧 떠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 시간을 누려야 했다. 아직까지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았지만 도톤보리 강은 꽤 괜찮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로 앞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면 훨씬 예쁠 것 같았다.
“제... 아버지가 한국...” 꾸벅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을 했는데 나는 그제야 어떻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잠시 후 내 바로 옆에는 남자 두 명이 있었는데 한국말이 들렸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또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나에게 영어로 말하려고 하자 먼저 “네, 찍어드릴게요.”라고 말을 했다.
난 그렇게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곧 떠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 시간을 누려야 했다. 아직까지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았지만 도톤보리 강은 꽤 괜찮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로 앞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면 훨씬 예쁠 것 같았다.
근데 옆에 2명의 여자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무슨 글씨를 써놓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남자에게 고백하기 위한 것인 줄 알았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다가가 일단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좀 의외라는 반응이긴 했지만 내가 특별해 보인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글리코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니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둘이 나온 사진이 없었는데 내가 휴대폰을 받아서 사진을 찍어줬다.
이제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내용인즉슨 고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그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친구의 결혼을 위해 메세지를 적고, 사진을 찍는다니 무척 흥미롭게 들렸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글리코맨 간판에 불이 켜지기를 같이 기다리게 되었다. 한 30분 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아는 일본어를 다 말하기도 하고,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참 동안 외국인인 나랑 대화하는 게 신기했던지 아니면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휴대폰으로 날 사진 찍기도 했다.
6시가 되어도 글리코맨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난 이제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같이 올라가 사진이라도 찍자고 제안을 했다. 사람들 사진을 찍는데서 기다리다가 우리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간판을 배경으로 3명이 서있으니까 사진을 찍어주던 여자가 말했다.
“저 뒤에 있는 간판과 똑같이 포즈를 취해야지!”
살짝 호통처럼 느껴지던 말에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글리코맨과 똑같이 한쪽 다리를 들고, 만세 포즈를 취했다. 난 사진을 찍자마자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그녀들과 급하게 헤어졌다. 이메일 주소라도 받아서 사진이나 보내줄걸 조금 후회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난바역으로 뛰었는데도 방금 전에 전차가 떠난 것이었다. 방법은 고속열차를 타는 것이었는데 이걸 타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간사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륙은 7시 45분이었는데 무려 7시 10분에 도착한 것이었다. 사실상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었는데 정말 간신히 탔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문이 닫혔으니 내가 마지막 승객이 확실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서양인 혼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난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이니 자연스럽게 말을 걸게 되었는데 이름은 요큰이라고 했고, 독일인이었다. 일본 쿄토에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생겨 가까운 한국을 여행하러 간다고 했다.
한국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나에게 일본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다. 난 잠시 고민하다가 글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외형도 다르다고 했다. 유럽 사람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 같아도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외형이 틀린 것처럼 말이다.
또 음식도 많이 다르다고 했더니 그는 한국 음식도 몇 번 먹어봤다고 했다. 심지어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말에 갑자기 그가 평가하는 일본의 음식이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음식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 반면 일본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많이 싱거운 편이다.
“싱겁다고? 일본의 음식은 싱거운 게 아니라 아예 맛이 안 느껴지던데?”
그는 나에게 미얀마를 여행해 봤냐고 물어봐서 휴대폰에 저장된 여행 사진을 보여줬다. 서로 같은 지역을 여행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기가 한결 수월했는데 그는 미얀마를 가리켜 ‘아름다운 나라’라고 회상했다. 대화를 조금 하다 보니 요큰은 유난히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특히 사원이나 오래된 성을 좋아했는데 교토 사진을 봐도 온통 성이나 신사밖에 없었다.
한국에 도착하면 어디를 여행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외국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인 DMZ를 갈 예정이라고 했고, 부산도 내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난 한국에 대해서 좀 더 보여주고 얘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착륙할 시간이 다가왔다. 창밖을 보니 아름다울 정도로 노란빛이 참 많았다. 난 당연히 인천인 줄 알고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문득 내가 내릴 공항이 김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쩐지 평소에 보던 불빛과는 많이 다르더라.
무척 오랫동안 밖을 내다보던 요큰에게 한국의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Colorful and Big”이라는 짧게 표현했다. 잠시 뒤 나에게 서울의 인구가 어느 정도냐고 묻길래 내가 천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라고 대답해줬다. 우리는 입국 심사대 앞에서 헤어졌다. 나는 헤어지면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이 좋아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오사카 여행은 한참 전에 마무리되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신세카이 주점에서의 만남이나 도톤보리에서 만남,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요큰도 워낙 짧게 만나긴 했지만 어쩌면 여행에서 더 많이 기억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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