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사에 도착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오고 있습니다. 네, 저는 한 달 넘게 돌아다녔던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을 떠나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 캅카스(코카서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남들이 잘 모르는 나라를 살짝 훑어보면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캅카스(코카서스)는 산맥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이라고 하면 주로 러시아 남쪽과 터키 동쪽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의 나라가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이 산맥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나누기도 합니다.
지도상으로는 정말 단순해 보이지만 여행을 해보면 정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기도 하죠. 가령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영토 문제로 철천치 원수가 되어버렸고, 조지아는 남오세티아 전쟁 당시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해 자신들의 영토가 찢겨 나가도 가만히 손만 빨고 있어야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도에는 안 나와도 압하지야(압하스), 남오세티아, 나고르노-카라바흐, 체첸 등 사실상 독립국가인 곳도 많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다 소비에트 연방이었던 나라다 보니 그때의 문화나 시설은 남아있어 비슷해 보이긴 해도 실제로는 정말 많은 부분이 다르더라고요. 이런 것을 나중에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기약은 없지만 포스팅 할 내용만 또 늘었네요.
여행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 캅카스(코카서스) 여행이 정말 좋았습니다. 비자 문제로 시작해, 비자 문제로 끝났던 아제르바이잔부터 시작해 조지아, 아르메니아, 나고르노-카라바흐까지 돌아보는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사실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정말 멋진 사람들,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히치하이킹만으로 여행하는 레지와 타다스, 여자 둘이 정말 멋진 여행을 하고 있던 엘로이지와 올가, 친구의 소개로 바쿠에서 만난 파리다, 이란에서 태극기 사진을 발견하고는 왓츠앱으로 보내줬던 옌스와 피더, 무려 10일간 머물게 해줬던 호스트 벤과 빅토리아, 예레반에서 아주 잠깐 만난 후 스테파나케르트에서 다시 만나 함께 여행했던 빈센트, 어린 아들과 함께 여행 중이었던 한국인, 오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던 나를 살려준 소닉 할머니와 다른 여행자, 스테파나케르트부터 트빌리시까지 함께한 다니옐, 바투미에서 만난 놀라운 여행자들, 우크라이나로 가는 페리에서 유일한 여행자였던 매튜, 그리고 현지에서 낯선 여행자에게 히치하이킹에 응해주거나 친절을 베풀어준 많은 사람들까지,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저에겐 캅카스(코카서스) 여행이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또 만나요! (실시간 여행기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한참 지난 이야기를 전하고 말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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