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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22도를 넘을 정도로 상당히 따뜻했던 바투미를 지나면서 급격한 날씨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랬고, 여기 몰도바도 추운 건 마찬가지네요. 당연히 지금은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추운 건 맞긴 한데, 낮에도 해가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비나 눈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시 이란을 갔어야 했나 봅니다. 가끔 이란을 여행하고 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좀 더 빨리 결정해서 이동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란은 애초에 여행 계획에도 잡혀 있지 않았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란을 간다고 해서, 저도 무척 끌렸었거든요. 오로지 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여행자였으니까요.

이란을 포기하고(문제는 비자였지만) 우크라이나를 거쳐 몰도바를 왔는데, 추워서 여행하기가 참 어렵네요. 잠깐 카메라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손이 얼고, 바깥을 돌아다녀도 꽁꽁 싸매느라 사람구경하기도 쉽지 않네요. 심지어 4시만 되도 깜깜해집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슬슬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몰도바를 거쳐 다음 나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오로지 루마니아밖에 없는데, 그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으로 가면 되는데 그 나라들 역시 추운 건 마찬가지고, 또 이렇게 차근차근 가면 쉥겐 국가에서 다음엔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이런 고민이 밀려옵니다.

쉥겐 국가에서 체류할 수 있는 90일 이후 모로코로 내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야할지 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차라리 쉥겐 국가를 먼저 간 후 터키쪽으로 향하는 게 어떨지 지도를 보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각설하고 잠깐 여기 소식을 전하자면, 지금 머물고 있는 몰도바에서 오늘 선거가 있습니다. 현재 몰도바도 집권하고 있는 당이 친유럽 성향이라 러시아와 사이가 안 좋은 상황인데 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자칫하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선거로 인해 몰도바의 국제정세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몰도바 내에도 분리주의 움직임이 있거든요.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탈퇴했을 당시, 아예 독립국가로 자처한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가 이미 있습니다. 이 나라는 루마니아 성향인 몰도바와는 달리 친러시아 성향으로, 최근엔 러시아에 귀속하고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CIS에 속해있는 국가들 사이에선 몰도바의 선거 결과를 주목하는 듯합니다.


제가 지금 나가야 해서 정신없이 적었네요. 아무튼 몰도바의 선거 풍경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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