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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걷는 것을 선호했다. 거창한 이유도 없었고, 단지 마음가는데로 걷는게 편했던 것이다. 간혹 현지 사람들과 같이 부딪히며 타는 버스도 좋아했다. 버스 타는법도 잘 모르고 목적지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에 올라타다 보면 내가 현지 사람들과 비슷한 처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항상 설레였다.

이번엔 자전거다! 루앙프라방에 오기 전에 잠시 거쳤던 박벵은 너무 작아서 걸어도 10분이었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은 자전거 타기엔 딱 적당한 크기의 마을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다니면 좀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봉태규에게 자전거 빌리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하루에 1달러라고 해서 자전거 4대를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자전거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거의 작동을 하지 않았고, 경아의 자전거는 핸들과 바퀴가 일치하지 않은 채로 움직였던 것이다. 우리는 약간의 불만을 표시하자 봉태규가 자전거를 툭툭 치며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괜찮아~ 이런게 바로 라오 스타일이야."

다른 곳에서 자전거를 빌릴까 했지만 다른 곳에서 빌리게 되면 반납할 때 불편할테고, 또 숙소로 돌아오는 것도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빌리기로 했다. '라오 스타일'의 자전거에 내 목숨을 담보로 삼고 루앙프라방의 거리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 고양이가 우릴 마중 나와 주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우리는 지도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땐 헉헉거리며 페달을 밟아대고, 내려막길일 때는 브레이크가 안 들어서 기겁을 하며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냥 동네 한 바퀴 도는 마음으로 가볍게 돌고 있는데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배가 고팠다. 우리가 가난한 여행자였지만 아침, 점심, 저녁은 꼬박 꼬박 챙겨먹었을 정도로 잘 먹고 다녔다. 아침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도중 강변 옆에 허술한 노점이 보였다.


여기에서 우리가 먹었던 음식은 쌀국수였다. 동남아에서는 항상 쌀국수를 먹으면 이렇게 야채가 나왔다. 독특한 향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무슨 야채인지 풀인지도 모르고, 마구 집어넣어서 먹었다. 노점에서 쌀국수로 늦은 아침의 허기를 달래고 또 냅다 달렸다.


우린 목적없이 계속 달리기만 했다. 루앙프라방의 거리를 머리속에 주워담기라도 하듯이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그리고 외곽으로 나와버렸다. 어딘지 모를 이곳에서 비포장 도로를 뚫고 달리니 더 힘들었다. 사실 자전거 타기가 쉬운 동네는 아니었다. 오르막길도 있고, 후덥지근한 동남아 날씨에서 달렸으니 지칠만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지칠때마다 우리에게 흥미 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은 바로 오락실이었다. 놀랍게도 오락실이 있었다. 과거 오락실에서 좀 날렸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얼른 들어가봤는데 정말 작은 장소에 기기 몇 대 놓고 아이들이 오락을 하고 있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대전 게임인 킹오브파이터즈 98이 보였다. 그것도 어떤 한 아이가 하고 있자 얼른 돈을 바꿨다. 1000킵에 코인 4개를 줬다. 라오스는 동전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돈을 주면 코인으로 바꿔주는 것이었는데 1000킵이 대략 100원이었으니 게임 한 판에 25원인 셈인건가?

그렇게 대전을 시작했는데 너무도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 아이들 게임을 정말 못했다. 그저 레버를 마구 돌리며 버튼을 누를 뿐이었다. 내가 게임을 끝까지 하자 주인아저씨도 흥미롭게 쳐다보며 가끔씩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오락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있었는데 결국 상민이형과 경아는 나가버렸다.


오락실을 나와 바로 앞에 있던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이 더운 날에 이곳에서는 각종 고기들도 팔았는데 워낙 파리가 달라 붙어 있고, 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가까이 가기가 싫어졌다. 철저하게 관광객들을 위해 팔았던 시장이 아니라 정말 현지인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던 곳이기에 그 느낌 자체가 틀렸다.


오락에 빠져 신나게 즐겼으니 이젠 슬슬 자전거를 타고 다시 달려볼까? 또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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