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술을 마셨지만 아침이 되자 눈이 저절로 떠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 없이 게으른데 해외만 나오면 나조차도 왜 이렇게 부지런한지 이해가 안 될정도이다. 뻗어있는 아이들을 깨워주고 부시시한 상태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은 리조트에서 제공되었는데 간단해서 그런지 먹고 나서도 모자란 느낌이었다. 그래도 부담 없이 먹을만 했다.
우리 짐을 다 챙기고 밴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 밀물이 되어서 어제와는 다르게 바다가 코앞까지 와있었다. 해변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확실히 바다자체가 아름답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마음을 충분히 들뜨게 만들었다.
보홀섬을 같이 여행했던 멤버들 참 재밌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여행을 떠났을 당시에 한국은 추석이었다. 추석뿐만 아니라 앞으로 크리스마스, 설날 역시 해외에서 보내야 했었다.
어제 투어를 예약했던 밴이 왔고, 우리는 밴을 타고 이동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쵸콜릿힐이었다. 이미 쵸콜릿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무척 기대되는 장소였다. 쵸콜릿힐이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건기시즌이 되면 쵸콜릿의 색으로 바뀌기 때문인데 그 외에도 대표적인 쵸콜릿인 키세스의 모양을 닮았아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갔던 시기는 건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진정한 쵸콜릿힐을 볼 수 없었다.
쵸콜릿힐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가까운 줄 알았지만 거의 1시간이 넘게 달렸고, 차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불편해졌다. 하지만 밴 안에서 한국 노래를 틀며 달리니까 흥겨운 분위기는 계속 유지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보홀이 이렇게 큰 섬인지 미처 몰랐다. 한참을 달리던 밴은 점차 점차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달리자 창 밖에 보이던 쵸콜릿힐. 쵸콜릿힐을 보자마자 다들 탄성을 내뱉었다. 사진으로 볼 때와는 다른 신기함에 압도되었다. 쵸콜릿힐이 한 두개 있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쵸콜릿힐이 있었던거라 무척이나 신기했다.
우리는 밴에서 내려서 쵸콜릿힐을 구경하기 위해 전망대의 계단을 올랐다. 예상대로 사람은 무척 많았는데 계단을 오르면서도 360도에 펼쳐진 쵸콜릿힐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신기하게 생겼지라는 생각을 했다.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았고, 정상에 올라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무래도 보홀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보니 독특한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고판도 보였는데 돈을 내면 아주 특별하게 재밌는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이었다.
쵸콜릿힐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서 바라보니 정말 여기는 만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이었다. 한 두개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언덕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있다는 것을 보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저절로 나온다. 정말 멋졌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게 또 틀릴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올라가서 사진찍는데 삼매경에 빠졌다. 쵸콜릿힐에서는 그냥 사진을 찍으면 재미가 없었는데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 즉 점프사진이나 쵸콜릿힐을 압도할 만한 사진을 찍어야 재밌다.
인물은 좀 못 났어도 이곳에서는 사진은 꼭 남겨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말 신기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도 있고, 이미 다녀온 사람중에도 신기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진 찍는 사람의 센스에 따라서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건기시즌은 아니었지만 쵸콜릿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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