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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난 후 우리는 프놈펜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2년 전에 여행했을 때 씨엠립에서 베트남 호치민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을 때 프놈펜에 잠시 들린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내렸을 뿐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프놈펜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프놈펜을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고, 새로운 풍경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캄보디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잠시 강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항상 시장은 즐거운 곳이기 마련인데 프놈펜에도 제법 야시장다운 활기찬 분위기가 넘치고 있었다. 프놈펜에도 여러 시장이 있다고 했는데 이 날 내가 간 곳은 사실 나도 어디에 갔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어두컴컴한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으니 기억이 날리가 없었다.


캄보디아인들을 위한 시장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냥 시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니 제법 재미있어 보이는데?


야시장에는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야 배낭여행자였으니 구경만 하고 구입은 안 하는편이었다. 캄보디아는 2년 전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미국 달러가 통용이 되는 나라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4000리엘을 1달러로 계산하는데 이런 시장에서도 달러를 낼 수 있었다. 만약 2.5달러짜리를 사려고 3달라를 낸다면 2000리엘을 거슬러 준다. 그래서 캄보디아를 여행하게 되면 작은 단위의 미국 달러를 많이 가지고 가는 편이 좋다.

이 야시장에서는 해외 유명상품의 짝퉁을 버젖이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실 조잡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가격은 5달러정도로 유명 브랜드치고는 너무 저렴한 편이었다.


야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에 사로잡히기 마련이었다.


동남아에서 볼 수 있었던 사탕수수나무 쥬스를 팔고 있었다. 저렇게 기계에 눌러서 짜여진 사탕수수나무의 즙을 얼음과 함께 마시면 그야말로 천연의 달콤한 음료수로 변한다. 베트남에서 처음 먹어봤었던 기억이 나서 사진은 찍었지만 사실 배가 너무 불러서 사먹지는 않았다.


지나가다 보니 수제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신기한 생각에 사진을 찍었는데 누군가가 한국말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보니 한국분들이 햄버거를 만들고 계셨는데 직원으로 캄보디아인들도 몇 명이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곳에서 햄버거 사업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미 점포도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포를 늘려 프놈펜에 몇 개의 사업을 확장하신다고 했다. 프놈펜에는 한국인이 유난히 많이 보였는데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을 펼치시는 분들이 많았다.


너무 배가 불러서 햄버거는 사먹지 못할 것 같아서 우선 시장 구경이나 더 하러 이동했다. 그랬더니 이 곳도 먹을 것으로 가득했다. 배만 안 불렀다면 하나 집어먹고 싶었는데... 간식거리를 너무나 좋아했던 나로써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상민이형은 이 때 베게를 보고 사고 싶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아가씨는 완강하게도 가격을 깎아주지 않았다. 상민이형과 있어서 재미있었던 점이라면 형이 워낙 살이 많아 타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인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상민이형은 일상 생활의 크메르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알아서 서로 크메르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난 옆에서 구경만 했다. ^^;


늦은 시각이었지만 야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곳은 어떤 공터와 같은 공간이었는데 일반적인 도로의 모습과는달리 상당히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던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서는 가수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을 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사람들일까?


야시장은 여러 바퀴를 돌면서 볼만한 것은 다 봤다.


목걸이나 휴대폰줄도 빠질 수가 없는데 역시 캄보디아답게 앙코르왓과 관련된 제품이 무척 많았다. 앙코르왓 정면에서 좌측으로 가면 물웅덩이와 같은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앙코르왓을 바라보면 딱 저 위의 장면과 똑같았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이걸 집어들었다.


더운 동남아이니 슬리퍼도 빠질 수가 없다.


배가 부르긴 했지만 상민이형이 햄버거를 사주겠다는 강제와 같은 권유에 아까 전의 햄버거 가게로 갔다. 햄버거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햄버거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가격은 대략 2불정도 했던것 같은데 사실 맛은 썩 좋지는 않았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캄보디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근처 어디론가 들어갔다. 워낙 가로등이 미비한 프놈펜이라 거리는 어두컴컴한 편이었지만 이 근처로 오니 생각보다 화려했다. 이 곳은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모이는 곳으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여러 술집과 음식점 그리고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던 곳이었다.

우리는 맥주를 여러 잔 마신 다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린 프놈펜의 거리는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차량이 거의 없었다. 도로 위에서 달리는 오토바이도 그리고 느껴지는 바람도 모두 시원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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