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으러 가자!
무려 18시간 날아온 남아공이었는데 우리의 일정은 정말 거침없었다. 7시간의 시차때문에 남아공에서의 첫 날은 아침이었는데 그 때부터 계속 관광이 이어졌던 것이다. 소웨토를 구경한 뒤 약 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프레토리아로 왔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열심히 촬영하셨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신 분이었다.
사실은 기내식을 2번이나 먹었기 때문에 몸은 더부룩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식당에 오니 저절로 배가 고파졌다.
열심히 퍼왔다. 역시나 아프리카라서 그런지 고기종류가 무척 많았다.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까지 집어 왔다. 남아공에서는 양고기가 유명하다고 한다.
우걱 우걱~ 밥을 열심히 먹고 나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챙겨먹었다.
식당을 나와서는 그네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척 했다. 사실은 추워 죽겠는데 그네를 보니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그네를 타는 장면이 떠올랐던 것 뿐이었다.
점심을 다 먹은 뒤에는 콜라나 파워에이드를 하나씩 집어서 마시긴 했는데 사실 너무 배불러서 음료수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코카콜라의 가장 맛있는 날씨는 무지하게 더운 때인데 여기는 너무 추웠다는 것도 문제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는 호텔이 아니라 프레토리아 시내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씻지도 못하고,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계속해서 이동하니 몸은 지칠대로 지치긴 했다.
곳곳에 경찰인지 경비인력인지 모를 사람들이 배치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당연히 남아공 월드컵 때문이었다.
확실히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도로를 지날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틀렸다. 도로는 내가 갔었던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잘 갖춰져 있었고, 자동차들도 무척 좋아 보였다. 확실히 그런면에서 프레토리아는 남아공의 행정 수도다워 보였다.
프레토리아 대학교에 다닌다고 하던 가이드는 평소 이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대체 무얼 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낮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데 그 사람들은 전부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것은 그만큼 남아공의 실업율은 무지하게 높았다.
남아공의 휴대전화 보급율이 낮은지 내가 미얀마에서 보았던 공중전화와 매우 똑같은 형태를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계속 버스 위에서 프레토리아 시내를 돌면서 거리를 구경했는데 그 때마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갑자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나에게도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지 이들의 모습과 호주의 어느 한 도시를 보는 듯한 거리의 풍경은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프레토리아는 호주의 어느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는데 거리에는 거의 대부분이 흑인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거리의 모습은 대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약간 어두운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습까지 어둡게 보이지는 않았다. 버스 안에 있던 우리들을 보며 먼저 손을 흔들었던 것도 그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계속 버스를 타고 프레토리아를 돌아봤다. 계속 버스만 타고 다니니 여기가 어디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소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버스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문득 내가 사파리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흑인들의 모습을 버스 위에서 올라서서 지켜보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 행위 말이다. 과연 이런 모습들이 프레토리아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나는 그게 더 궁금해졌다.
어느 거리를 지나가다 보니 우루과이 관광객들이 보였다. 그들은 우리가 한국 응원단인 것을 알고는 자신들도 월드컵을 보러왔다는 듯이 국기를 펼쳐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밖에 나가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은 나에게 너무 근질 근질했던 것이다. 물론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내려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래서 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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