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 있는 동안에는 거의 버스 위에서 지냈을 정도로 계속 이동만 했다. 버스에서 이동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곤했는지 잠을 잤지만 나는 항상 창밖을 쳐다보며 구경했다. 사실 남아공 거리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도시를 지나다니지 않았지만 새로운 나라에 온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서 계속 창문만 쳐다봤다.
남아공에서의 둘째 날, 오전부터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만 타고 다녀서 그런지 어디가 어디인지 위치 감각은 제로였던 것이 가장 아쉬웠다. 심지어 어디에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 것은 아마 패키지여행의 한계일 것이다.
지나가다가 가이드가 이 곳이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머물면서 연습을 하고 있는 장소라고 말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연습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니지만 마치 대표팀을 직접 만나고 돌아온 사람들처럼 뭔가 신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버스를 타면 기본이 3시간이었다. 우리가 이동한 거리가 꽤 멀어서 그런지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버스만 타고 다녀서 무척 피곤했다.
남아공에서 바라본 거주지역은 참 이상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집들은 항상 일정한 모양이었다.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괜찮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집들이 모여있는 곳은 대부분 부유한 집들이 아니었다. 대개 부유한 집들의 경우는 높은 담장을 갖춘 곳들인데 심지어 전기담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참 이상했다.
버스를 타고 남아공을 바라보니 생각나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호주의 아웃백이었다. 호주에서 내륙쪽으로 조금만 가면 황량한 사막지대가 나오는데 이 곳을 아웃백Outback이라고 부른다. 호주에 있을 때 아웃백에서도 지내본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항상 파리와 개미가 들끓고 뜨거운 태양에 주변은 초록색 빛을 보기가 힘들었다. 남아공이 이런 아웃백과 똑같았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도시를 벗어난 외곽쪽은 집들도 거의 없는 황량함이 그렇게 보였다. 대신 남아공에서는 풀과 나무가 많았다.
그래도 가끔가다가 거리에서 우리가 관광객인 것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겐 이런 사람들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여기가 호주인지 남아공인지 분간이 안 되는 풍경들이 지나가고, 나는 그냥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버스 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전부 잠이 들었는데 나는 왜이리 졸립지가 않은건지 약간은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남아공에 대한 기억의 절반은 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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