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국만큼 많이 가는 나라로 캄보디아를 꼽을 수 있다. 태국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캄보디아의 엄청난 영광인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캄보디아 여행은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한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조금 다른 여행을 원한다면 방향을 남쪽으로 바꿔 씨하눅빌이나 깜봇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남부쪽으로 가면 여행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조금은 한가하고 시골스러운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남부 여행은 외국인들도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여행자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내가 2009년에 캄보디아를 여행했을 때는 프놈펜에서 출발해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씨하눅빌과 알포인트 촬영지로 유명한 깜봇을 돌아봤다. 씨하눅빌도 마찬가지였지만 깜봇도 워낙 작은 마을이라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껩을 다녀왔다. 사실 씨하눅빌이나 깜봇이나 도시가 크게 유명세가 있다거나 관광지로 둘러볼만한 장소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배낭여행자라면 캄보디아의 남부쪽 조용하고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프놈펜Phnom penh → 씨하눅빌Shihanoukville
캄보디아가 면적이 그리 큰 나라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프놈펜에서 씨하눅빌까지도 도로사정이 안 좋아서 승차감이 떨어질 뿐이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하루를 꼬박 이동하는데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 때 쯤에 도착했던 것으로 보아 5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다.
프놈펜도 최근에야 도로도 잘 닦여진 상태이니 지방의 도로사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포장이라도 제대로 되어있으면 다행이고, 간혹 비포장이나 다름없는 도로를 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버스는 달리면서 클락션을 계속해서 울리니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씨하눅빌에 도착했다면 숙소를 중심부 혹은 해변가쪽으로 가서 정하는 방법이 있다.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른다고 해도 수많은 삐끼 아저씨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으니 그들과 흥정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를 찾아가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해변가에 머무는게 훨씬 낫다고 여겨진다. 바다와 매우 가깝기도 하고, 숙소의 가격도 오히려 시내보다 더 저렴했다. 내가 머물렀던 곳은 세렌디 비치 근처였다.
씨하눅빌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여러 해변을 다 돌아다녀봤는데 외국인들이 몰려있는 해변은 세렌디 비치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는 몇 명만 보이거나 캄보디아 현지인들이 휴양을 즐기는 모습뿐이었다. 사실 세렌디 비치도 내가 갔을 때 외국인이라고는 숫자를 세어볼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각 해변과의 거리는 매우 멀어서 걸어서 갈 수는 없었고, 오토바이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세렌디 비치 근처에 있었던 골든 라이온 트래픽 써클은 여행자에게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면 여기를 기억해 놓는다면 숙소로 돌아오는데 크게 어려움없을 것이다.
씨하눅빌은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사실 일반적인 휴양지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간다면 볼만한 곳이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냥 프놈펜의 혼잡함을 벗어나 해변에서 여유롭게 즐긴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탈 줄 안다면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면 좋다.
깜봇Kampot → 껩Kep
깜봇이나 껩이나 큰 도시가 아니라서 몇 시간이면 대충 파악이 되는 곳이다. 깜봇에서 심심하다면 오토바이를 빌려서 껩까지 달려볼 수 있다. 아마 숙소에 물어보면 다른 교통수단이 있는지 아니면 투어가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혼자 껩으로 갔다.
껩으로 가기 위해서는 프놈펜으로 향하는 3번 국도가 아니라 33번 국도를 이용해서 가면 된다. 깜봇이 워낙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바깥으로 뻗어있는 도로는 고작해야 2개이기 때문에 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주유소(바로 옆에는 고속버스를 타는 터미널이 있다)에서 뻗어져있는 도로가 바로 33번 국도이다.
다만 껩으로 향하는 도로는 국도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게다가 교통표지판이 없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한참 의심을 할 정도였다.
껩으로 가는 33번 국도의 사정은 이랬다. 사실 군데군데 깊게 파인 부분도 있어서 포장이 되어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가끔 큰 차량이 오면 옆으로 비켜서줘야 하니 앞을 잘 보면서 달려야 한다.
껩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껩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백마상을 발견한다면 그건 제대로 온 것이 맞다. 이 백마상을 보자마자 화살표대로 우측으로 가면 껩에 도착할 수 있다. 깜봇에서 껩까지는 12km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백마상은 껩 해변에 도착하기 거의 4/5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껩은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꽃게가 많이 나는지 꼬마 아이들이 꽃게를 팔려고 나에게 달려오기도 했다. 먹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너무 더위를 많이 먹어서 사양했다.
깜봇Kampot
깜봇은 도시도 매우 작고, 먼지가 많이 날려서 그런지 좀 지저분해 보인다. 이런 도시에 뭐가 있을까 싶지만 사실 깜봇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도시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보꼬 국립공원을 보기 위해서 여행자들이 찾는다. 보꼬 국립공원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산속에 여러 시설을 만들었는데 프랑스가 떠난 지금 카지노나 호텔이 남아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영화 '알포인트'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캄보디아의 보꼬 국립공원에서 촬영을 한 것이다. 투어를 하려면 하루를 소비해야 하는데 나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보꼬 국립공원을 가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시골스러운 풍경이 묻어나는 깜봇의 시내였다. 우기시즌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지만 흙먼지가 꽤 많아 보였다. 사실 이렇게 작고, 청결하지 못할 것 같은 도시를 여행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난 캄보디아를 갈 때마다 늘 작은 문제로 싸우느라고 좋지 못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보면 불변의 법칙처럼 '시골인심'을 느낄 때가 많다. 거리에서 맛있는 망고스틴을 사면서 크기가 너무 작다며 큰 것으로 넣어달라고 하니 웃으면서 마구 집어줬던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미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가 그렇게 싸우기만 했던 캄보디아였지만 깜봇은 외지인의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그들의 넉넉한 인심과 미소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캄보디아도 참 괜찮았던 곳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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