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을 겨우 비비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미야자키역에서 내렸다. 야간열차를 탔지만 침대칸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는데 덕분에 미야자키 여행 출발부터 피곤에 쩔어서 시작해야 했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보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지쳐있었고, 너무 이른 아침이라 버스가 지나다니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미야자키까지 내려온 것은 좋았는데 막상 도착하니 미야자키 시내에서 무지하게 멀었던 시가이아 리조트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1시간쯤 기다렸을 거다. 날이 밝아오면서 버스가 운행되는지 몇 대의 버스가 우리 앞을 지나갔고, 그 중에서 시가이아 리조트로 가는 방향의 버스에 올라탔다.
일본에서 처음 버스를 타보는 순간이었는데 조금 신기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혼자 버스에 올라탔다면 조금 두려운 마음(?)이 생길 정도로 생소한 시스템이었는데 우선 타는 방향부터 틀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버스는 앞문으로 이용하지만 일본은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게 된다. 뒷문으로 올라가자마자 마치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는 것처럼 하얀색 종이인 정리권을 뽑으면 숫자가 적혀있는데 이 숫자를 보고 나중에 내릴 때 정리권과 함께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아직 미야자키에 적응도 되지 않았는데 시가이아 리조트까지는 참 멀기도 멀었다. 어쩌면 미야자키 시내로 나오는게 너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더 걱정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이라면 도로 이정표에 시가이아가 보이는 것을 보면 제대로 가는 것은 맞긴 맞나 보다.
하지만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버스는 우리를 이상한 장소에서 내려줬다. 시가이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아닌지 아니면 지금 시간에는 거기까지 가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보다 우리가 내린 장소는 정말 생뚱맞은 곳이었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나다니는 버스나 택시는 전혀 없었고, 제대로 위치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멀리 시가이아 리조트가 보이는데 바로 앞에는 숲이 있어서 거리상으로 가까운지 먼지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었던 상황이니 그냥 걸어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리조트에 일찍 도착해도 너무 이른 시각이라 체크인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걷다보니 우리가 가던 길은 버스를 타고 오던길로 즉 다시 말하자면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가다간 1시간도 더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근방에서 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께 시가이아 리조트를 가고 있다고 물으니 마치 신비로운 숲속으로 가는 문을 여는 것처럼 작은 길을 안내해줬다.
'이런 멋진 곳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미야자키 여행은 이제부터 괜찮겠지?'
탄탄대로 일거라는 나의 착각과는 달리 이제부터 나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미야자키 여행은 처음 시작부터 그랬지만 끝까지 헤매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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