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물어봤다. 오사카 전철 노선표를 한참을 봐도 사카이(Sakai-shi)로 가는데 얼마가 드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무원에게 사카이시를 가고 싶다고 하자 600엔이라고 알려줬다. 주머니 속에 있는 동전을 털어 600엔을 승차권 발급기에 집어넣었다.
오사카에서는 먼저 가고자 하는 역까지의 운임 요금을 알고 난 뒤 돈을 넣으면 발권할 수 있는 승차권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때 버튼을 누르면 된다. 도착지까지 요금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에게 물어봤지만 사실 승차권을 발급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약 잘못 계산을 해서 요금이 초과되었다면 역을 빠져나갈 수 없는데 이때는 내부에 있는 정산할 수 있는 기계에서 돈을 더 지불하고 나오면 된다.
노선표를 보니 3번 플랫폼에서 타면 사카이시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전차를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르겠는데 난 다시 끝없이 이어진 선로 앞에 섰다. 컨셉은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여행인데 이동 거리만 놓고 본다면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일본어를 모르는 까막눈은 그렇다쳐도 여긴 여태까지 내가 여행한 일본 중에서 가장 복잡한 간사이가 아닌가.
그래도 재밌다. 비록 좀 물어가고, 헤매더라도 배낭여행은 본래 이런 법이니까. 가이드가 데려다 주고, 관광지에서는 설명해 주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여행지의 풍경이 머리에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단 내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이고 싶다. 게다가 이번에는 평소보다 배낭도 아주 가볍다.
나를 사카이시로 데려다 줄 전차를 타고 또 다시 이동했다. 여행의 둘째 날이었지만 아직 난 오사카 시내는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러 자리에 앉지 않고, 창밖너머의 풍경을 구경했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생긴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 잠시 후 사카이시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에 내렸다.
사카이가 보이는 것을 보니 제대로 도착했다는 확신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내가 타고 온 노선은 JR이었는데 내가 승차권을 구입한 것은 난카이선이었다. 그것도 역을 나갈 때 승차권이 회수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역무원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분명 JR과 사철이 다른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같은 역에 있길래 아무거나 타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 실수이니 역무원에게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묻자 720엔이라고 알려줬다. 난 1000엔을 꺼내 내려고 하자 여자 역무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외국인이라서 안 받는가 싶어서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그녀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역으로 나갔는데 이제부터 닌토쿠 천황릉(닌토쿠 텐노료, 인덕천황 능)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궁금했다. 다시 역무원에게 다가가서 닌토쿠 천황릉을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역무실에서 나와 직접 지도를 찾아서 줬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내가 내린 JR 사카이역에서는 무척 멀어 보였다. 역무원도 비록 1개 역이긴 하지만 상당히 멀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전철을 타라고 권했다.
1개 역만 이동하기 때문에 200엔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철을 타기 위해 승차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그녀는 내가 승차권을 구입하는 것을 일일이 도와준 뒤 목적지로 가는 전차가 지금 플랫폼에 도착했으니 그걸 타라고 일러줬다.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곳은 JR 미쿠니가오카역이었다. 그런데 내리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여기에서도 닌토쿠 천황릉까지는 상당히 멀었다. 달리 방법이 없다. 그냥 걸어야 했다.
내 옆으로 자전거를 타던 여인 두 명이 지나갔다. 하염없이 걸어야 했던 나로서는 자전거가 무척 부러웠다. 닌토쿠 천황릉은 규모만 따지고 보면 쿠푸왕의 피라미드나 진시황의 묘를 재치고 세계 최대 고분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 거대한 고분인데 난 사실상 입구에서 가장 먼 지점에서부터 걸어가고 있었으니 생각만해도 피곤했다.
닌토쿠 천황릉은 하늘에서 보면 열쇠 구멍처럼 생겼다. 그 열쇠 구멍의 하단의 가운데 지점에 입구가 있었는데 내가 위치한 곳은 거의 위쪽 지점에 가까웠다. 참고로 닌토쿠 천황릉의 둘레는 무려 2850m이다.
육교 뒤로 해자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닌토쿠 천황릉이다. 모르고 지나치면 여기가 고분인지 숲인지 혹은 공원지 모를 것이다. 닌토쿠 천황릉에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입구를 찾아야 하는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입구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튼튼한 다리뿐. 지도를 보면서 입구쪽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곳곳에는 친절하게도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하는 거리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걷기 시작인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걸으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닌토쿠 천황릉이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의 분위기는 참 평화로워 보였다. 빨래가 널려 있는 2층 주택,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의 끝까지 빼곡하게 솟아있는 전신주와 가로등이 이곳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세계 최대 고분이라고 하기에는 주변의 풍경이 무척 소박했다. 그래도 상당히 멀었던 입구까지 동네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난 걷고 또 걸었다.
이 거리의 끝에 도달하자 드디어 열쇠 구멍의 아래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을 걸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입구에 무척 가까워진 셈이다. 약 10분 정도 걷다보니 닌토쿠 천황릉의 입구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닌토쿠 천황릉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다음 목적지인 스미요시타이샤로 어떻게 가는지 묻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렀다. 인포메이션 센터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지도에 표기해 주면서 스미요시타이샤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다시 지도를 보고 나서야 닌토쿠 천황릉이 사카이 도심과 상당히 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가 다른 선을 타고 왔다면 닌토쿠 천황릉까지 걸어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실수로 JR을 탔던 게 오히려 잘된 일이 되어버렸다.
닌토쿠 천황릉 앞으로 가자 커다란 지도가 보였다. 지도만 봐도 새삼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사카이에는 이와 비슷한 모양의 고분이 여러 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계 최대 고분이라고 해서 마음껏 기대를 하고 달려왔건만 입구는 굳게 닫혀 있는 것이다. 저 안에 최소한 무덤처럼 생긴 무언가를 보며 놀라게 될지 아니면 그냥 언덕처럼 보여 실망을 하게 될지는 일단 들어가 봐야 아는 것인데 입구가 막혀 있으니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살짝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노란색 옷을 입은 안내원들이 무언가를 들고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바로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설명을 관광객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여기는 출입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이야기였다. 좀 아쉬웠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한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냥 멀리서나마 고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입구만 말이다.
그래도 관광객은 꾸준히 찾아왔다. 대부분 일본 사람들이 차를 타고 와서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나처럼 입구 사진을 찍곤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 아이는 입구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일본 천황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니 신성시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고분은 실제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단지 이 지역의 막강한 야마토 정권이 실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고 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지루하고, 입이 심심해서 결국 노란 옷을 입은 할아버지께 다가가서 이 고분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물어봤다. 일본어가 아니라서 조금 당황하셨는지 뜸을 들이시다가 손을 내저으셨다. 대신에 가지고 있던 자료를 보여주셨는데 닌토쿠 천황릉의 항공 사진이었다.
닌토쿠 천황릉 입구에서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는 그저 아쉽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은 뒤 한국어로 된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입구만 보다가 돌아갈 수 없어서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안내해 주신 곳은 내가 방금 전에 방문했던 인포메이션 센터였다.
작은 공간이었던 인포메이션 센터 한켠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난 바로 앞에 앉아 영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영상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되어있고 관람시간은 약 15분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사카이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카이는 예로부터 금속 기술이 발달해서 조총 제조나 철공예로 유명하다는 것, 염료 기술을 잘 발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식 과자나 400년이 넘는 향 제조처럼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와 문화 도시라고 소개했다.
혼자서 이런 영상을 보고 있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와 여기에 스탬프가 있는지 물어봤다. 일본에서는 어느 여행지를 가도 기념 스탬프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닌토쿠 천황릉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스탬프는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마침 닌토쿠 천황릉까지 걸어와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는데 스탬프나 찍어 보기로 했다.
가지고 있던 다이어리의 빈공간을 찾아 대충 스탬프를 찍었는데 꽤 멋스럽게 나왔다.
오사카에서는 먼저 가고자 하는 역까지의 운임 요금을 알고 난 뒤 돈을 넣으면 발권할 수 있는 승차권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때 버튼을 누르면 된다. 도착지까지 요금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에게 물어봤지만 사실 승차권을 발급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약 잘못 계산을 해서 요금이 초과되었다면 역을 빠져나갈 수 없는데 이때는 내부에 있는 정산할 수 있는 기계에서 돈을 더 지불하고 나오면 된다.
노선표를 보니 3번 플랫폼에서 타면 사카이시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전차를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르겠는데 난 다시 끝없이 이어진 선로 앞에 섰다. 컨셉은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여행인데 이동 거리만 놓고 본다면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일본어를 모르는 까막눈은 그렇다쳐도 여긴 여태까지 내가 여행한 일본 중에서 가장 복잡한 간사이가 아닌가.
그래도 재밌다. 비록 좀 물어가고, 헤매더라도 배낭여행은 본래 이런 법이니까. 가이드가 데려다 주고, 관광지에서는 설명해 주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여행지의 풍경이 머리에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단 내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이고 싶다. 게다가 이번에는 평소보다 배낭도 아주 가볍다.
나를 사카이시로 데려다 줄 전차를 타고 또 다시 이동했다. 여행의 둘째 날이었지만 아직 난 오사카 시내는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러 자리에 앉지 않고, 창밖너머의 풍경을 구경했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생긴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 잠시 후 사카이시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에 내렸다.
사카이가 보이는 것을 보니 제대로 도착했다는 확신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내가 타고 온 노선은 JR이었는데 내가 승차권을 구입한 것은 난카이선이었다. 그것도 역을 나갈 때 승차권이 회수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역무원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분명 JR과 사철이 다른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같은 역에 있길래 아무거나 타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 실수이니 역무원에게 얼마를 내야 하느냐고 묻자 720엔이라고 알려줬다. 난 1000엔을 꺼내 내려고 하자 여자 역무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외국인이라서 안 받는가 싶어서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그녀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역으로 나갔는데 이제부터 닌토쿠 천황릉(닌토쿠 텐노료, 인덕천황 능)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궁금했다. 다시 역무원에게 다가가서 닌토쿠 천황릉을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역무실에서 나와 직접 지도를 찾아서 줬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내가 내린 JR 사카이역에서는 무척 멀어 보였다. 역무원도 비록 1개 역이긴 하지만 상당히 멀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전철을 타라고 권했다.
1개 역만 이동하기 때문에 200엔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철을 타기 위해 승차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그녀는 내가 승차권을 구입하는 것을 일일이 도와준 뒤 목적지로 가는 전차가 지금 플랫폼에 도착했으니 그걸 타라고 일러줬다.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곳은 JR 미쿠니가오카역이었다. 그런데 내리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여기에서도 닌토쿠 천황릉까지는 상당히 멀었다. 달리 방법이 없다. 그냥 걸어야 했다.
내 옆으로 자전거를 타던 여인 두 명이 지나갔다. 하염없이 걸어야 했던 나로서는 자전거가 무척 부러웠다. 닌토쿠 천황릉은 규모만 따지고 보면 쿠푸왕의 피라미드나 진시황의 묘를 재치고 세계 최대 고분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 거대한 고분인데 난 사실상 입구에서 가장 먼 지점에서부터 걸어가고 있었으니 생각만해도 피곤했다.
닌토쿠 천황릉은 하늘에서 보면 열쇠 구멍처럼 생겼다. 그 열쇠 구멍의 하단의 가운데 지점에 입구가 있었는데 내가 위치한 곳은 거의 위쪽 지점에 가까웠다. 참고로 닌토쿠 천황릉의 둘레는 무려 2850m이다.
육교 뒤로 해자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닌토쿠 천황릉이다. 모르고 지나치면 여기가 고분인지 숲인지 혹은 공원지 모를 것이다. 닌토쿠 천황릉에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입구를 찾아야 하는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입구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튼튼한 다리뿐. 지도를 보면서 입구쪽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곳곳에는 친절하게도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하는 거리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걷기 시작인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걸으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닌토쿠 천황릉이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의 분위기는 참 평화로워 보였다. 빨래가 널려 있는 2층 주택,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의 끝까지 빼곡하게 솟아있는 전신주와 가로등이 이곳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세계 최대 고분이라고 하기에는 주변의 풍경이 무척 소박했다. 그래도 상당히 멀었던 입구까지 동네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난 걷고 또 걸었다.
이 거리의 끝에 도달하자 드디어 열쇠 구멍의 아래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을 걸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입구에 무척 가까워진 셈이다. 약 10분 정도 걷다보니 닌토쿠 천황릉의 입구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닌토쿠 천황릉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다음 목적지인 스미요시타이샤로 어떻게 가는지 묻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렀다. 인포메이션 센터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지도에 표기해 주면서 스미요시타이샤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다시 지도를 보고 나서야 닌토쿠 천황릉이 사카이 도심과 상당히 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내가 다른 선을 타고 왔다면 닌토쿠 천황릉까지 걸어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실수로 JR을 탔던 게 오히려 잘된 일이 되어버렸다.
닌토쿠 천황릉 앞으로 가자 커다란 지도가 보였다. 지도만 봐도 새삼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사카이에는 이와 비슷한 모양의 고분이 여러 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계 최대 고분이라고 해서 마음껏 기대를 하고 달려왔건만 입구는 굳게 닫혀 있는 것이다. 저 안에 최소한 무덤처럼 생긴 무언가를 보며 놀라게 될지 아니면 그냥 언덕처럼 보여 실망을 하게 될지는 일단 들어가 봐야 아는 것인데 입구가 막혀 있으니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살짝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노란색 옷을 입은 안내원들이 무언가를 들고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바로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설명을 관광객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여기는 출입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이야기였다. 좀 아쉬웠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한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냥 멀리서나마 고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입구만 말이다.
그래도 관광객은 꾸준히 찾아왔다. 대부분 일본 사람들이 차를 타고 와서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나처럼 입구 사진을 찍곤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 아이는 입구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일본 천황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니 신성시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고분은 실제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단지 이 지역의 막강한 야마토 정권이 실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고 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지루하고, 입이 심심해서 결국 노란 옷을 입은 할아버지께 다가가서 이 고분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물어봤다. 일본어가 아니라서 조금 당황하셨는지 뜸을 들이시다가 손을 내저으셨다. 대신에 가지고 있던 자료를 보여주셨는데 닌토쿠 천황릉의 항공 사진이었다.
닌토쿠 천황릉 입구에서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는 그저 아쉽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은 뒤 한국어로 된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입구만 보다가 돌아갈 수 없어서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안내해 주신 곳은 내가 방금 전에 방문했던 인포메이션 센터였다.
작은 공간이었던 인포메이션 센터 한켠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난 바로 앞에 앉아 영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영상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되어있고 관람시간은 약 15분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닌토쿠 천황릉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사카이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카이는 예로부터 금속 기술이 발달해서 조총 제조나 철공예로 유명하다는 것, 염료 기술을 잘 발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식 과자나 400년이 넘는 향 제조처럼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와 문화 도시라고 소개했다.
혼자서 이런 영상을 보고 있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와 여기에 스탬프가 있는지 물어봤다. 일본에서는 어느 여행지를 가도 기념 스탬프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닌토쿠 천황릉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스탬프는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마침 닌토쿠 천황릉까지 걸어와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는데 스탬프나 찍어 보기로 했다.
가지고 있던 다이어리의 빈공간을 찾아 대충 스탬프를 찍었는데 꽤 멋스럽게 나왔다.
닌토쿠 천황릉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찾아갔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사카이에는 인공 위성 사진만큼은 아니더라도 고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또한, 닌토쿠 천황릉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데 당연히 주요 볼거리는 이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닌토쿠 천황릉 구글맵(위성사진) : http://g.co/maps/r2rft
닌토쿠 천황릉 사이트(사카이시 홈페이지) : http://www.city.sakai.lg.jp/city/_rekibun/mozu_kr/index.html
닌토쿠 천황릉 구글맵(위성사진) : http://g.co/maps/r2rft
닌토쿠 천황릉 사이트(사카이시 홈페이지) : http://www.city.sakai.lg.jp/city/_rekibun/mozu_kr/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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