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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그것도 신세카이에서 특별히 유명한 것이 있다면 바로 꼬치튀김(쿠시카츠)이다. 사실 신세카이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꼬치튀김의 존재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잠깐 이곳을 돌아다녀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꼬치튀김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어디를 가도 꼬치튀김 가게라 이렇게 유명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꼬치튀김만 먹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신세카이의 맛집이자 오사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맛집으로 다루마를 꼽는데 역시 꼬치튀김으로 유명하다. 아니 유명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다루마는 꼬치튀김의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 즉 원조이기 때문이다. 그 본점이 신세카이에 있다.

사실 난 일부러 맛집을 찾아 다니는 편도 아니고, 가이드북에 나온 알려진 곳을 가는 것도 꺼리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는 튀김꼬치의 원조인 다루마에 찾아갔다. 신세카이에는 다루마가 무려 3군데나 있는데 그 중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물론 유명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줄이 좀 길었다. 배고프고, 다리가 아파서 죽겠는데 기다리는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보기에도 작은 가게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근데 일본을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왜 식당은 이렇게 대부분 작고, 소박하면서 빠칭코는 어찌나 큰지 주변 마트보다 더 거대한 경우도 있다.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난 지루한 기다림을 이어가면서 창 너머 내부를 구경했다. 내부는 ㄷ자로 구성되어 있는 좁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꼬치튀김을 열심히 집어 먹고 있었다. 배고파서 그런지 맛있어 보이긴 했다. 하긴 뭘 먹더라도 맛있을 순간이긴 했다. 그나저나 다리가 너무 아파 피곤함이 정말 배가 됐다.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렸다. 내 앞에는 한국인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난 적도 별로 없었지만 갑자기 말을 거는 것도 좀 생뚱맞아 그냥 처음에는 가만히 있었다. 아마 다른 여행지였다면 바로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한참이 지난 후 갑자기 꼬치튀김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봤는데 히라가도 읽지 못하는지 미처 몰랐는지 대충 메뉴판만 보고 주문하면 된다는 간단한 답변이 왔다. 옆에 있던 여자가 답변이 뭐 그러냐며 핀잔을 주자 자신들도 처음이라면서 세트메뉴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주문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무려 1시간이 지난 뒤인 9시 15분이 되어서야 가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내 뒤에 있던 여자들이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함이긴 하지만 정말 꼬치튀김 먹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변에 꼬치튀김 가게가 얼마나 많은데 다루마를 고집한 건 그냥 유명해서였는지 아니면 이왕 먹는 거 원조로 가자는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한글 메뉴판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알아보기 쉬운 한글 메뉴판과 함께 한글로 적힌 먹는 방법도 나에게 건네줬다. 한글 메뉴판이 있으니 주문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냥 먹고 싶은 꼬치를 손으로 찍어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꼬치를 주문하면 바로 양배추가 나오는데 단순히 양배추일 뿐인데 무척 맛있다. 입맛을 돋구어 주는 역할을 하는지 계속 먹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꼬치튀김은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인데 양배추가 이를 보완해주는 것 같다.


주문한 꼬치가 나왔다. 이걸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바로 한번만 찍는 것이다. 한글 안내서에도 적혀 있으니 양배추든 꼬치든 간장에 한 번만 담그든지 아니면 간장을 덜어서 찍어 먹어야 한다. 그리고 양배추는 손으로 집어 먹으면 된다.


그런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하나 베어 먹어봤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면서 고소한데 안은 찰지게 씹히는 무언가 들어 있어 식감도 좋다. 사실 배고파서 정신 없었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정말 게눈 감추듯 없어졌다.


보통 꼬치는 105엔이고 조금 비싼 210엔짜리 꼬치에는 고기 종류나 해산물인 새우, 가리비 조개, 닭고기, 갯장어(여름), 굴(겨울)이 있었다. 원조 꼬치튀김은 무난해서 괜찮았고, 돈가스도 친숙한 맛이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그 밖에도 보리멸도 먹어보고, 문어나 오징어다리, 연근, 아스파라거스도 먹었다. 생각외로 야채도 괜찮았다. 약간 의외였긴한데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것은 치즈치쿠와(치즈어묵)이었다.

생맥주도 참 맛있었다. 덕분에 한잔만 마시고, 도톤보리에서 또 마시려는 나의 의지는 무너져 한잔을 더 주문했다. 꼬치도 예상보다 더 먹었다. 하긴 점심도 안 먹었으니 배고프긴 무지하게 배고팠나 보다.


여기는 주방이 훤히 드러난 곳이나 주방장의 모습도 생생히 볼 수 있는데 일본의 이런 시스템은 참 마음에 든다. 주문을 받자마자 꼬치를 집어 들고, 밀가루 옷을 입힌 뒤 바로 튀기는데 손님은 이 모습은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꼬치가 완성되면 앞에다 주면서 젓가락으로 이건 무슨 꼬치고, 저건 무슨 꼬치라고 일일이 다 알려준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신세카이는 즐겨 찾는 곳이다. 꼬치튀김을 먹으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도 옆에 있던 한국인 커플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배부르다 싶을 때쯤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10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닫나 보다. 보통 이렇게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늦은 시간까지 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일찍 닫는다. 그것도 오늘 손님이 많아서 그렇지 평소에는 더 이른 시각인 9시에 정리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엔 연근을 먹어봤다. 난 꼬치튀김이라고 해서 10개도 넘게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혼자서 먹으면 미치도록 배불렀다. 맥주도 벌써 두 잔이나 마셨다. 이대로 호텔로 들어가면 상관없지만 난 도톤보리를 가보고 싶었다. 문제는 분명 거기에도 먹을 게 정말 많을텐데 이미 난 포식을 해버린 것이다.


거의 마지막 손님이었던 내가 계산을 하고 일어났다. 나에게 맛있게 먹었냐는 물음에 기분 좋게 정말 맛있었다고 대답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기분 좋게 먹고, 마신 후라 후회는 없지만 이제 도톤보리에 가면 먹는 즐거움은 사라질 것 같아 조금 슬펐다. 아무튼 다른 꼬치튀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오사카 명물답게 맛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