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닝은 베트남에서 버스를 타고 넘어간 중국의 첫 도시였기 때문에 무척 작은 도시일거라고 생각했다. 늘상 거쳐왔던 나라의 국경처럼 소박하고 작은 마을이 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꽤 큰 도시의 모습에 놀랐다.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갔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전부 현지인 뿐이었던 식당이라 역시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이곳은 반찬이 보이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먹을 수 있었다. 7위안이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본격적으로 난닝을 탐험해 볼까? 확실히 베트남의 작은 도시와는 분위기부터 틀리다. 중국은 전혀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는데
한국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았다. 한가지 다르다는 것은 온통 한자로 적힌 간판으로 항상 한자울렁증에 시달려야 했다는 점이었다.
큰 도로와 버스도 많이 다니고 있었다. 전형적인 우리나라 도시의 느낌이 많이 났다.
동남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길거리에서 과일파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수박이나 파파야를 길게 잘라 놓아 그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 하는데 보통 1~2위안정도면 먹을 수 있었다. 다만 과일은 아이스박스나 얼음통에 과일을 담아 팔았던 태국이 참 먹기도 좋고 시원하고 좋았었다. 보통 태국에서 과일을 사면 비닐봉지에 이쑤시개를 꽂아 담아 줬는데 중국은 비닐봉지에 담아주기만 할 뿐 그런건 아예 없었다.
구두 닦는 곳이 늘어서 있었다.
베트남과 중국 경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확실히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하노이에서만 볼 수 있는 빌딩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난닝이 작은 도시가 아니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동안 동남아 어디를 돌아다녀도 여행자가 많았던 것에 반해 중국에서는 여행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베이징이나 주요 도시로 가야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들을 볼 수 없어 뭔가 이곳에서 우리만 동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백화점과 같은 큰 쇼핑센터에 들어갔는데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미완성인 건물에서 쇼핑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난닝은 내가 생각했던 도시와는 정반대였다. 그만큼 중국은 발전해 있는 나라였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라 그런지 동남아에서 느꼈던 재미는 많이 떨어졌다.
거리를 걷다가 사람이 많은 곳을 발견했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장기를 하던 아저씨들이었는데 내기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장기를 3:1로 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창 여름이었던 중국이라 돌아다니는데 덥고 힘들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긴 했는데 뭔가 성과는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더빙된 <풀하우스>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혹시 이거 태풍이 아닐까 걱정을 할 정도로 말이다. 쉬지 않고 격하게 쏟아지는 비는 2시간 뒤에 겨우 멈췄다.
저녁이 되었을 때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기필코 주문을 성공하리라 생각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닌 끝에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려고 하자 점원이 적잖아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부르려고 했지만 부른 사람도 역시 영어가 전혀 되질 않았다.
메뉴판을 보여줘도 도통 무슨 음식인지 몰라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손짓 발짓을 다 해가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음식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조금 이해한 눈치이긴 한데 확신이 없었는지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서 보여줬다. 너무 웃겨서 그거 맞다고 해주고 다른 메뉴를 시키자 이번엔 고기를 꺼내들었다. 맞다고 끄덕이는 것으로 힘겨웠던 주문이끝났다.
그렇게 힘들게 10분 만에 주문을 끝내고 먹은 반찬이었는데 대성공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 한공기는 금방 비울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가서 간식거리 이것저것 사들고 왔다. 중국에 와서는 딱히 뭔가 할게 없어서인지 조금은 지루하기만 했지만 바디랭귀지를 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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