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에필로그

미얀마를 여행하겠다는 결심은 어찌보면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그저 동남아시아에서 내가 가보지 못했던 나라는 어디가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미얀마가 떠올랐을 뿐이고, 그래서 떠났습니다. 저에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여행 준비는 어찌나 미흡했던지 기껏해야 가이드북을 구입하는게 전부였고, 출발 4일전에 태국 방콕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했을 정도로 촉박한 일정이었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미얀마는 육로 입국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왕복 항공권과 비자가 필요했는데 이는 태국에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충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남들이 보기엔 너무 대책없이 떠났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돌아온 여행이었습니다. 우선 미얀마는 알면 알수록 많은 매력을 품고 있던 나라였습니다. 육로 입국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여행자에게는 쉽게 방문하기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미얀마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불심이 대단했던 나라였습니다. 수 천개의 파고다가 솟아있는 바간은 정말 웅장함 그 자체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유적 앙코르왓과 비교될 정도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야 바간이 실제로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소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유적이 더 경이로운 점은 강제적인 노역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믿는 불교에서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여겨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바간이 아니더라도 양곤이나 만달레이와 같은 다른 도시에서도 그들의 불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얀마의 성지라 불리는 쉐다공 파고다는 높이가 무려 100m에 육박할 정도로 대단한 위용을 과시했고, 만달레이에 있는 마하무니 파고다는 불상에 금박을 붙이는 신기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미얀마의 관광지는 항상 파고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바다처럼 넓은 인레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달리면 호수에서 야채를 재배하고, 발로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잡는 미얀마 사람들을 보며 신비로운 감정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여행이 단순히 유명한 유적지나 관광지가 많아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닙니다. 종종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을 때마다 기억나는 것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미얀마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 냄새가 많이 나던 순수함 그 자체였습니다. 


미얀마의 전통화장품인 '타나카'를 바르고 있는 미얀마의 아이들은 너무 순수하고 귀여웠고, 지나가던 아저씨 혹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면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던 곳이었습니다. 사실 바간의 경우는 너무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해서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처럼 물건을 팔러 다니던 아이들이 너무 많이 보여 안타까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났던 아이들은 '오빠'라고 부르며 달려와서는 팔려고 하는 팔찌를 그냥 선물로 줄 정도로 순수하고 착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 여행을 하면서 또 하나 즐거웠던 것은 혼자 여행을 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던 점입니다. 3박 4일간 바간에서 함께 돌아다녔던 러시아 여인 비키, 여행지마다 계속 만났던 이탈리안 커플 마시모와 바라밤, 만달레이에서 잠깐 만났던 스위스 친구들, 외롭다고 느껴졌을 때 우연히 만나서 동행했던 크리스챤, 마싯다, 카를로스를 비롯해서 거쳐갔던 태국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줬습니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모두 담아내고 싶어서 작성한 여행기가 무려 110편, 그것도 10달이나 걸렸습니다. 카메라 구입하는 것을 포기하고 떠났던 여행이라 좋은 사진은 몇 장 없지만 생생하고 재미있는 여행기를 쓰려고 해서 그런지 지금은 제가 쓴 기록을 보며 여행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군부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나라,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이 테러를 당할 뻔했던 곳, 민주화 투사 '아웅산 수치'의 오랜 가택연금 해제는 그저 미얀마에서 벌어진 사건일 뿐입니다. 저는 미얀마를 생각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미소를 꼽고 싶습니다. 

미얀마는 비록 낙후되고 접근하기 어려워 여행하기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나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게다가 군부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어서 다소 위험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들이 믿는 불교의 영향으로 순수한 사람이 많은 까닭에 론리플래닛에서도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소개를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무나 미얀마 여행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마웠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 곳, 이제는 제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는데 부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개념이 탑재된 여행자들만 미얀마를 찾기를 소망합니다.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간다면 흙먼지 많이 날리고, 정전 때문에 어둡고, 음식이 맛없는 나라로 기억할지도 모르니까요. 


대책없이 떠났던 미얀마, 그곳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과 새로운 인연을 잊지 못할겁니다. 순수한 미소가 기억되는 미얀마에 언젠가 다시 갈 수 있겠죠?  

"쩨주 띤 바대!(감사합니다)"

오랜 기간 연재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던 미얀마 배낭여행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조금은 고지식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대로 상세한 내용을 담고자 했는데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항상 모자람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미얀마 배낭여행기를 처음부터 보시려면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