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연] 58시간 바쿠행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플랫폼이 어딘지 지나가던 사람에게 묻고, 기차를 타기 위해 승무원에게 물었다. 저 멀리 손으로 가리키는 다음 차로 이동한 후 또 물었다. 다음 차에서도 또 물었다. 1호차에서도 또 물었다. 내 자리가 43이 맞냐고. 그렇게 묻고, 또 묻는 게 일상이고, 그게 바로 여행이다. 그래, 나는 여행 중이다. 러시아에서 두 번째 장거리 열차에 올라탔다. 처음이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7일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은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라면을 꺼내 먹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그리고 누웠다. 애초에 서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긴 했지만, 너무 잠잠하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춥다. 자다가 너무 추워 어제 벗어 놓은 양말을 다시 신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낯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