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비밀통로로 찾아간 피닉스 시가이아 리조트 졸린 눈을 겨우 비비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미야자키역에서 내렸다. 야간열차를 탔지만 침대칸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는데 덕분에 미야자키 여행 출발부터 피곤에 쩔어서 시작해야 했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바람이 무척 쌀쌀했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고작해야 큐슈의 남쪽으로 내려왔을 뿐인데 곳곳에 보이는 열대나무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내 머리속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어떤 도시가 떠올랐는데 다름아닌 호주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던 케언즈와 첫느낌이 매우 비슷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보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지쳐있었고..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미야자키 야간열차를 타기 전에 만난 인연 일본으로 날아온지 벌써 이틀, 그리고 다시 밤이 되었다. 난생처음 일본을 여행하고 있었지만 다른 곳을 여행했던 것처럼 똑같이 배낭을 메고 날아와서 아침부터 밤까지 무지하게 걸어다니고 있다는 점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졌다. 대낮에는 도저히 12월의 날씨라고 믿기기 힘들정도로 따뜻했는데 밤이되자 싸늘한 바람이 내 몸을 후벼파고 있었다. 그렇다고 옷을 꺼내 입자니 고쿠라역의 코인락커에 배낭을 집어넣은 상태라 다시 잠그려면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정도 추위까지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그냥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모지코에서 고쿠라로 돌아오니 환한 불빛이 고쿠라역 주변을 수놓고 있었고, 한산했던 모지코보다는 확실히 사람도 많았다. 고쿠라는 미야자키로 가는 야간열차를 기다리는 도중에 잠깐..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모지코에서 살살 녹는 스시를 맛보다 "꼬르륵" 내 배속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하카타에서 고쿠라로 오던 열차안에서 에끼벤(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 아까 먹었던 모찌로는 도저히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서 모지코를 둘러보는 것을 그만두고 식당부터 찾기 시작했다. '역시 라멘이 좋을까?' 일본의 음식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서인지 다른 먹거리는 딱히 떠오르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은 분명 비쌀거라고 단정지어버렸다. 배낭여행자의 습관이 여기에서 나오나보다. 라멘이든 뭐든 싸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보자며 의욕적으로 거리를 걷다 커다란 스시(초밥)집을 지나치게 되었다. 스시의 본고장이었던 일본에서 아직 스시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갑자기 스시가 땡겼다. 문제는 가격이었는데 일단 가게부터 규모가 커보여..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모지코에서 바나나맛 모찌를 먹어보다 모지코의 밤은 많이 어두워 보였다.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다가 그저 어두운 노란빛의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고쿠라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왔던 것이라 특별히 여기에서 뭘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살펴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역 주변에는 작은 상점들이나 카페같은 곳이 몇 군데 보였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가게를 지나칠 때는 외국인이 영업하는 가게인지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방송에 출연했는지 팔씨름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막상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그 주인공은 보이지 않아 들어가지는 않았다. 조금 걷다보니 내가 중심부에서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아 지도를 다시..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100년의 흔적이 묻어있는 모지코역 처음부터 모지코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고쿠라를 둘러보다가 야간열차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 모지코였던 것이다. 그렇게 찾아간 모지코는 생각보다도 더 가까웠다. 보통열차를 타고 고작해야 10분이면 도착했는데 이정도라면 거의 옆동네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던 모지코역은 무척 한적해 보였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차가워진 공기탓인지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가 풍겼다. 거기에는 낡은 플랫폼도 한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플랫폼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출발하기 직전의 열차는 떠나기전까지 연신 탑승객를 확인했다. 나오자마자 모지코 지도를 집어들었는데 한글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영문도 아니었다. 다른 지도가 있는데 내가 못 본 것인지 아..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일본] JR패스로 하카타에서 고쿠라, 모지코 이동방법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인지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고작해야 1시간 남짓하면 큐슈 제 1의 도시인 후쿠오카에 도착할 수 있고, 부산에서 출발하면 느낌상으로는 거의 뜨자마자 내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꼭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부산에서 배를 타면 쾌속선으로 3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니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할 수 있다. 보통은 큐슈의 거점도시인 후쿠오카로 들어가게 되고, 간혹 배를 탄다면 키타큐슈로 입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짧은 일정이라고 하더라도 후쿠오카만 둘러보기엔 너무 아쉽다. 후쿠오카도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루만 둘러봐도 대충 도시가 파악될 정도이니 조금은 발걸음을 옮겨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 배낭여행 TIP/나라별 여행정보 14년 전
고쿠라에 어둠이 내리자 반짝이기 시작하다 고쿠라성을 나왔을 때는 이미 저멀리 해가 사라진 뒤였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 고쿠라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내 여행은 항상 방황으로 시작해서 방황으로 끝난다. 그렇게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멀리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열차가 다가왔다.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오기는 했지만 너무 느려서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느린 열차를 타고 있으면 답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어린 아이들을 포함하는 가족들이라서 괜찮은가 보다. 기차는 아주 천천히 내 옆을 지나쳐 갔다. 고쿠라성을 지나면 곧바로 등장하는 곳이 리버워크다. 이곳에는 거대한 쇼핑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옆에는 NHK방송국을 비롯해서 ..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
고쿠라성에 올라 저녁을 맞이하다 큐슈 일주를 하면서 일본 내에 이렇게 많은 성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물론 우리나라도 성이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침략으로 성의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이렇게 자주 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벽을 쌓아 방어를 하는 용도의 성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성은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면이 강한데 그건 아마도 주로 영주들이 머물었던 곳이기 때문에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큐슈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성은 고쿠라성(小倉城)이었다. 키타큐슈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고쿠라에는 고쿠라성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몇 군데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고쿠라성만 관람을 하게 되었다. 고쿠라성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독특하게도 4층보.. 지난 여행기/일본 큐슈 한 바퀴 1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