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 가스로 자욱한 이젠 화산(Gunung Ijen) 뭔가 정신 없는 아침이었다. 새벽에 다 일찍 깨웠는데 우리만 깨우지 않아 늦게 일어났고, 겨우 준비해서 이젠 화산으로 가나 했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면 다시 숙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짐을 챙겨야 했다. 이런건 좀 진작 알려줬어야지 순식간에 민폐 여행자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출발하긴 했는데 별로 친하지 않았던 서양 여행자들은 은근슬쩍 늦었다고 눈치를 줬다. 숙소에서 이젠 화산의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너무 깊숙한 오지인 탓에 평탄하지 않은 길을 아주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략 10명 정도 되는 무리를 데려다 준 곳은 어느 공터였다. 여기가 바로 이젠 화산의 입구인듯 한데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전날 브로모 화산을 오르고, 또 다시 엄청난 거리를 이동한 끝에 도착한 이젠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오지 중에 오지인 이젠 화산으로 가는 길 애초에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숙소에서 제공해 준 아침은 식빵과 커피, 그리고 몽키 바나나뿐이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아침은 대충 먹는 경우가 많았고, 당장은 배고프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런 조촐한 아침이라도 괜찮았다.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브로모 화산에서 뒤늦게 오거나 이제 막 씻고 식당으로 들어온 여행자들이 보였다. 이럴수가. 벌써 샤워를 했단 말이야? 새벽과 아침에 걸쳐 산을 두 번이나 올랐기 때문에 온몸은 흙먼지로 뒤집어 쓴 상태라 무지하게 찝찝하긴 했다. 그런데 우리가 있었던 곳은 공용 화장실이라 내 순서가 오려면 한참 뒤에나 가능해 보였다. 일단 숙소 뒤로 가서 신발과 옷을 털기로 했다. 살짝 털어봤는데 시커먼 먼지가 가득 나왔다. 숙소 뒤편에는 공간이 거의 없었지만 좀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브로모 화산 분화구를 향해 오르고 오르다 새벽에 황홀했던 브로모 화산의 일출 보고난 후 이제 진정한 브로모 화산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브로모 화산은 언제 폭발할지 몰라 상황에 따라 올라가는 게 통제가 되기도 한다는데 이날은 운이 좋았는지 브로모 화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는 전망대 역할을 하던 맞은편 산을 올랐고, 그 이후에는 다시 지프를 타고 브로모 화산 근처로 이동했다. 족자카르타에서 브로모 화산 투어를 예약할 때만 하더라도 지프는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만약 지프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걸어다니거나 브로모 화산에서 직접 돈을 내고 지프를 타면 된다. 브로모 화산까지는 너무 멀어서 지프를 타지 않으면 정말 힘든데 간혹 먼지를 들이키며 걸어다니는 서양 여행자도 볼 수 있..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너무나 황홀했던 브로모 화산의 일출 피곤이 가시기도 전이었던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을 하기 전부터 보로부두르와 더불어 가장 기대했던 브로모 화산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브로모 화산은 이른 아침부터 그것도 무려 새벽 4시부터 시작되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나는 일찍 일어나 씻고, 남들보다 일찍 준비를 마쳤다. 이제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새벽부터 게스트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모자나 장갑 등을 팔기 위함이었다. 그랬다. 브로모는 정말 추워도 너무 추웠던 것이다. 전날 브로모 화산에 도착했을 때부터 엄습했던 추위는 인도네시아의 날씨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항상 반바지, 반팔에 쪼리를 신고 다녔는데 이날만큼은 긴바지에 겉옷까지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물건을 사달라는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1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브로모 화산 어쩌면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브로모 화산으로 드디어 출발하게 되었다. 브로모 화산은 투어를 통해서 갔는데 족자카르타에서 브로모 화산과 이젠 화산을 거쳐 발리까지 데려다 주는 교통편과 2일 묵게 되는 숙박, 그리고 브로모 화산에서 타게 될 지프가 포함되어 있었다. 족자카르타에서 보통 브로모 화산만 보고 발리로 가는 1박 2일 투어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나는 이젠 화산까지 볼 수 있는 2박 3일짜리 투어를 예약한 것이다. 출발하기 직전 우리가 탈 밴이 보였다. 함께 갈 여행자가 많은 탓에 총 두 대의 밴이 있었다. 앞에 있던 밴에 대부분의 외국인이 탔는데 누구인지 몰라도 커다란 서핑보드를 밴 안에 싣고 있었다. 세상에 서핑보드를 들고 여행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이거 완전 민..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여행자의 거리 소스로위자얀이 그리워지겠지 와르나 호수를 끝으로 디엥고원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에 디엥고원을 충분히 돌아봤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제는 집으로 느껴졌던 족자카르타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탄 작은 밴은 디엥고원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온통 푸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던 곳을 지나고, 엄청나게 펼쳐진 라이스 테라스가 등장하자 모두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렉산더는 라이스 테라스가 무척 흥미로웠는지 잠깐 내려서 보고 싶다고 했다. 운전하던 아저씨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길가에 차를 세웠다. 알렉산더는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그 뒤를 나도 따라 나갔다. 라이스 테라스는 서양인의 눈에도 신기했을테지만 나에게도 충분히 신기한 장면이었다. 멀리 밭을 갈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초록빛깔 죽음의 호수, 텔라가 와르나 디엥고원 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와르나 호수(Telaga Warna)였다. 화산지대에 있는 큰 호수라는 설명만 듣고 와르나 호수로 향했는데 시끼당 지열지대와는 5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텔라가 와르나 디엥(텔라가는 호수라는 뜻이다)이라고 써 있는 작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운전하는 아저씨가 앞장 서서 입장권을 다 구입하고는 바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원래 론리플래닛에서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태까지 입장료를 낸 적이 한번도 없어 사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와르나 호수만큼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정확히 보였다. 혹시 입장료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었나? 사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족자카르타에 돌아가자 ..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
유황과 수증기로 뒤덮힌 시끼당 지열지대 아르주나 사원을 뒤로 하고 찾아간 곳은 시끼당 지열지대(Kawah Sikidang)였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는 늘 그랬지만 시끼당 지대가 어딘지 파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뭐가 있는지는 미리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운전하던 아저씨는 우리에게 다음 장소가 '크레이터'라고 했기 때문에 더 예측하기 어려웠다. 크레이터라면 그냥 움푹 패인 그런 땅을 말하는 것일까? 크레이터를 보기 위해서는 기념품 가게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된다. 곧바로 넓게 펼쳐진 장소에는 생명체는 살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땅과 거침없이 솟구치던 수증기가 보였다. 처음 본다면 무척 신기할지도 모르지만 난 어디선가 익숙한 풍경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일본에서 지옥이라고 불리던 운젠과 너무도 닮았던 것이다. 벌써부터 계란이 썩은 듯한 유황냄새가.. 지난 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발리 배낭여행 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