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식들에겐 운수 나쁜 날, 나에겐 운수 좋은 날
그래, 그 자식들을 만나기 전만 해도 메단은 참 괜찮았다. 날씨가 무지하게 더워 땀을 흘리는 것도, 볼거리 없는 메단 거리를 헤매는 것도, 심지어 사방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까지도 괜찮았다. 난 메단의 주요 관광지인 그랜드 모스크(Mesjid Raya)와 이스타나 마이문(Istana Maimoon)을 보고 난 뒤, 딱히 할 게 없어 아무생각 없이 거리를 걷기만 했다.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서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걷기보다 좋은 것은 없다. 어차피 저녁이 되기 전에 떠날 메단이었다. 이스타나 마이문에서 직선 거리로 이동하면, 메단의 중심부가 나온다. 중심부라고 해봐야 특별한 것은 없다. 낡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고, 좀 더 많은 차량과 베짝이 도로 위에 뒤엉켜있을 뿐이다. 하다하다 이젠 걷는..